브라질엔 '아무것도 아닌 경기', 인도엔 56억 원짜리 0-4

지난 9월 28일, 한국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에 1-4로 졌어요.
손흥민이 A매치 58호 골로 차범근의 한국 최다 골 기록과 나란히 섰지만, 결과는 완패였죠.
그날 우루과이가 이번 A매치 기간에 또 누구와 붙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10월 6일 인도와의 친선경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인도가 사흘 앞서 브라질과도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FIFA 랭킹 138위 팀이 남미의 두 강호를 연달아 홈으로 부른 셈이니까요.
인도와 브라질이 10월 3일 밤 11시(한국시간) 맞붙었어요.
장소는 인도 콜카타의 솔트레이크 스타디움.
두 나라 성인 남자 대표팀의 사상 첫 맞대결이었죠.
결과는 브라질의 4-0 완승.
이 친선경기 한 판을 위해 인도는 공식 대회 하나를 내려놨죠.
돈 이야기까지 붙으면서 인도 안에서는 말이 많습니다.
| 📌 핵심 정리 · 언제·어디서: 10월 3일(토) 밤 11시, 인도 콜카타 국제 친선경기 · 무엇이: 인도-브라질 첫 맞대결, FIFA 랭킹 5위 vs 138위 · 결과: 인도 0-4 브라질(에스테반·페드로·사무엘 리누 2골) · 포기한 것: 인도는 FIFA 아세안컵 불참 · 들인 돈: 브라질 초청비 약 3억5천만~4억 루피(한화 약 56억~64억 원, 현지 보도 추정, 공식 확인 없음) |
1. 인도와 브라질 경기는 어떻게 성사됐나?
발표는 7월 30일, 인도축구협회(AIFF)가 했습니다.
브라질축구협회도 이번 A매치 기간 일정을 내놨어요.
9월 25일 타운즈빌, 29일 브리즈번에서 호주와 두 번.
그다음 비행기가 향한 곳이 인도였죠.
"인도 축구가 만난 가장 높은 순위의 팀"
AIFF가 내세운 의미가 이겁니다.
1992년 FIFA 랭킹이 생긴 뒤로,
인도가 상대한 팀 중 브라질이 최고 순위예요.
브라질 5위, 인도 138위.
숫자만 봐도 거리가 느껴지죠.
협회 쪽 말도 들떠 있었습니다.
M. 사타야나라야난 사무부총장은 인도 축구 역사에 남을 순간이라고 했고,
수브라타 폴 대표팀 디렉터는 선수들에게 드문 기회라고 봤어요.
티켓은 999루피(한화 약 1만 6천 원)부터 2만5천 루피(한화 약 40만 원)까지 나왔습니다.
2. 인도는 왜 FIFA 아세안컵을 포기했나?
FIFA 아세안컵은 FIFA가 새로 만든 대회예요.
기간은 9월 21일부터 10월 6일, 이번 A매치 기간과 딱 겹칩니다.
인도는 아세안 밖에서 부른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 계약까지 맺었어요.
조 편성도 끝났죠.
1부 A조, 상대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둘 다는 못 한다"
불과 8일 전인 8월 6일 집행위원회에서는 브라질전과 아세안컵 참가를 함께 확정했었어요.
8월 14일, 인도는 불참을 정했습니다.
사타야나라야난 사무부총장의 설명은 간단했어요.
브라질전과 아세안컵을 함께 치를 수는 없다는 것.
비판은 바로 나왔습니다.
공식 대회에서 동남아 강팀과 붙으면 랭킹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친선 한 경기와 바꿨다는 거죠.
솔직히 138위 팀에겐 가볍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3. 브라질 초청비는 얼마인가?
먼저 짚을 게 있어요.
아래 금액은 모두 현지 보도의 추정치입니다.
AIFF도, 브라질축구협회도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어요.
현지 경제지가 처음 낸 숫자는 이렇습니다.
브라질전 전체 비용 약 5억 루피(한화 약 80억 원).
그중 브라질에 주는 출전료가 약 3억5천만~4억 루피(한화 약 56억~64억 원).
원화는 1루피를 16원 정도로 어림한 값이에요.
전세기 비용 약 6천만 루피(한화 약 9억6천만 원)는 따로 나온 보도입니다.
| 항목 | 금액 | 비고 |
|---|---|---|
| 브라질전 전체 | 약 5억 루피(한화 약 80억 원) | 현지 보도 추정 |
| 브라질 출전료 | 약 3억5천만~4억 루피(한화 약 56억~64억 원) | 현지 보도 추정 |
| 전세기 | 약 6천만 루피(한화 약 9억6천만 원) | 별도 보도 |
| 우루과이전 | 약 1억2,500만 루피(한화 약 20억 원) | 현지 보도 추정 |
| 파나마전 | 약 5,500만 루피(한화 약 8억8천만 원) | 현지 보도 추정 |
| 친선 3경기 합계 | 약 8억~9억 루피(한화 약 128억~144억 원) | 현지 보도 추정 |
이번 기간 인도가 부른 팀은 셋이에요.
파나마, 브라질, 우루과이.
그 가운데 브라질 한 경기가 압도적으로 큽니다.
"그 돈이면 다른 데 쓸 곳이 많다"

전 대표팀 주장 바이충 부티아의 생각이 이쪽이에요.
유소년, 풋살 시설, 선수, 버티기 힘든 국내 클럽.
돈이 가야 할 자리를 하나씩 짚었죠.
💰 그럼 이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인도축구협회 쪽 설명은 후원, 티켓 판매, 정부 지원을 묶어 약 6억~7억 루피(한화 약 96억~112억 원)를 꾸린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항목별로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브라질과 맺은 계약의 비밀유지 조항이라고 해요.
협회의 지갑 사정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현지 매체가 입수한 서류로는 올해 3월 28일 기준 협회 잔고가 약 5억5,330만 루피(한화 약 88억 원)였어요.
운영 계좌가 약 1억1,250만 루피(한화 약 18억 원), FIFA·AFC 지원금 계좌가 약 2억2,450만 루피(한화 약 36억 원), 정기예금·채권이 약 2억1,630만 루피(한화 약 35억 원).
브라질 한 경기 비용이 협회 전체 잔고와 맞먹는 셈이죠.
협회 관계자는 "예금과 채권은 하나도 깨지 않았다"고만 했습니다.
운영 계좌나 FIFA 지원금 계좌에서 돈이 나갔는지는 답하지 않았어요.
경기가 열리는 서벵골 주정부는 행정·운영 지원을 약속했지만, 돈을 얼마나 나눠 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수입 쪽 사정도 넉넉하지 않아요. 리그 운영사에게서 받던 연 약 3억6,880만 루피(한화 약 59억 원)의 보장 수입이 끊겼고, 지금은 클럽 참가비 약 1억4,300만 루피(한화 약 23억 원)가 전부입니다.
결국 누가 얼마를 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4. 브라질과 인도는 이 경기를 어떻게 봤나?
🇧🇷 브라질 언론 — "아무것도 아닌 경기"
브라질 쪽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했어요.
브라질의 한 뉴스 채널은 경기 이틀 전 분석 기사 제목을 "인도전은 브라질 대표팀에 거대한 무(無)"로 달았습니다.
해설가 하울 모우라는 "친선경기라기보다 축제 경기, 인도 팬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투어"라고 했죠.
"브라질 대표팀에게도, 대표팀 역사에도, 선수들에게도 이 경기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강팀을 상대로도 의욕이 떨어지는데, 인도를 상대로는 오죽하겠느냐는 걱정도 덧붙였습니다.
다른 매체들도 "FIFA 랭킹 138위를 상대로 얻을 게 별로 없는 경기"로 봤어요.
그래서 차라리 출전 시간이 적었던 마르티넬리, 페드로 같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기로 쓰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안첼로티 감독만은 "친선경기란 없다"며 선수들에게 집중을 주문했고요.
브라질축구협회는 이 경기를 "월드컵 때 브라질을 응원해 준 인도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라고 설명했습니다.
🇮🇳 인도 — 설렘과 반발이 반반
인도 안에서는 반응이 갈렸어요.
콜카타 팬들은 들떴습니다. 한 팬은 "브라질 같은 팀과 맞설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경기"라며 브라질 스타들을 직접 볼 생각에 설렌다고 했죠.
인도 대표 공격수 라힘 알리도 "정말 중요한 경기다. 힘들겠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11대 11"이라고 각오를 밝혔어요.
반대쪽 목소리는 더 셌습니다.
2019~2024년 인도 대표팀을 맡았던 이고르 스티마치 전 감독은 "인도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붙는 날은 망신의 날일 뿐"이라고 했어요.
"그냥 마케팅이고, 축구 발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도 했고요.
앞서 본 부티아 전 주장도 그 돈을 유소년과 선수 육성에 써야 한다고 했죠.
일부 전직 선수와 지도자들은 아예 "표를 사지 말자"며 보이콧을 외쳤습니다.
정리하면 브라질에겐 "의미 없는 경기", 인도 축구계 일부에겐 "망신이 될 경기"였던 셈이에요.
그리고 경기는 그대로 열렸습니다.
5. 인도 축구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대표팀부터 보면 FIFA 랭킹 138위.
2026 월드컵 예선에서 떨어졌고, 2027 아시안컵 본선도 못 갔습니다.

지난달 벵갈루루에서 열린 파나마전은 1-1이었어요.
41분 라이언 윌리엄스가 먼저 넣었고, 68분 파나마가 중거리 슛으로 따라붙었죠.
🎬 인도 vs 파나마 주요 장면
인도축구협회는 이 무승부를 "FIFA 랭킹 도입 뒤 인도가 지지 않은 상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44위)"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전 기록이 2004년 쿠웨이트(당시 60위)전 승리였으니 통계로는 맞는 말이에요.
다만 친선경기 무승부를 협회가 역사적 결과로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인도 축구의 눈높이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인도축구협회의 다음 반응을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사흘 뒤 우루과이전에서 1점 차로 지기라도 하면 "한국을 4-1로 이긴 우루과이에 우리는 1점 차로 졌다"는 말이 나올까 봐서요.
리그 사정은 더 복잡해요.

1부 인디언 슈퍼리그(ISL)는
협회와 운영사의 15년 상업권 계약으로 굴러갔는데,
그 계약이 2025년 12월 8일 끝났죠.
대법원은 장기 계약을 막고 공개 입찰을 명령했어요.
"응찰 0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2025-26 시즌은 오래 멈췄어요.
선수 임금이 밀리고, 클럽 운영이 흔들렸죠.
2부 I리그 일정도 비었습니다.
결국 2026년 8월, 협회는 ISL 상업권을 클럽들에 4년간 넘겼어요.
협회는 운영·행정만 맡고, 2026-27 시즌은 13개 팀으로 다시 엽니다.
그 사이 잠셰드푸르 FC는 ISL에서 빠졌죠.
모기업 타타 그룹이 손을 뗐고, 자리는 처칠 브라더스가 넘겨받았어요.

칼리안 차우베 AIFF 회장이 직접 나섰을 정도예요.
타타 그룹에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죠.
협회의 과거도 순탄하진 않았어요.
2022년 대법원이 AIFF 집행부를 관리인으로 바꿨고,
FIFA 자격정지 징계까지 갔습니다.
차우베 회장은 그해 9월 선거에서 부티아를 33-1로 이기고 자리에 올랐죠.
초청비를 두고 회장과 부티아가 다시 맞선 모양새 — 묘한 장면이에요.
6. 인도-브라질전, 결과는?

결과는 인도 0-4 브라질.
브라질은 전반에만 두 골을 넣었어요.
| 시간 | 득점 | 도움 | 점수 |
|---|---|---|---|
| 28분 | 에스테반 | 마테우스 프랑카 | 0-1 |
| 42분 | 페드로 | 에스테반 | 0-2 |
| 58분 | 사무엘 리누 | 페드로 | 0-3 |
| 90+5분 | 사무엘 리누 | 마우로 주니오르 | 0-4 |
28분 에스테반이 첫 골을 넣었고, 42분엔 에스테반의 도움을 받은 페드로가 한 골을 더했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들어온 사무엘 리누가 58분 세 번째 골, 추가시간 5분에 네 번째 골까지 혼자 두 골을 넣었습니다.
브라질 언론이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고 했던 바로 그 페드로가 1골 1도움을 올렸어요.
비니시우스와 마르키뉴스도 선발로 나섰고, 마르티넬리와 엔드릭도 후반에 교체로 뛰었어요. 안첼로티 감독은 교체 카드를 넉넉히 쓰며 여러 선수를 시험했습니다.
경기 기록을 보면 차이가 더 또렷합니다.
점유율 인도 34% - 브라질 66%, 슈팅 9개 - 20개, 유효 슈팅 3개 - 7개.
패스는 브라질이 652개로 인도(330개)의 두 배였죠.
그래도 인도는 유효 슈팅 3개를 기록했습니다. 브라질 골문을 아예 두드리지 못한 경기는 아니었어요.
🎬 인도 vs 브라질 주요 장면
7. 인도는 이 경기로 무엇을 얻었을까?
경기를 보고 나니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인도 선수들은 이 90분으로 무엇을 얻었을까요?
비니시우스, 마르키뉴스 같은 선수들과 한 그라운드에 서 본 경험은 분명 값집니다.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는 인도 선수들에게는 평생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였을 거예요.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와 압박이 어떤 건지 몸으로 느꼈겠죠.
하지만 그 경험이 내일의 실력으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기간 아세안컵에 나갔다면 비슷한 수준의 팀들과 이기고 지는 공식 경기를 몇 번 더 치렀을 테니까요.
한 번의 큰 경험과 여러 번의 진짜 승부, 어느 쪽이 선수들을 더 키울지는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인도 팬들은 즐거웠을까요?
적어도 그날 밤 콜카타에서 브라질 선수들을 눈앞에서 본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였을 겁니다.
크리켓의 나라에서 축구가 하루쯤 주인공이 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어요.
다만 그 하루에 들어간 돈이 협회 전체 잔고와 맞먹는다는 걸 떠올리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 돈이면 유소년 대회를 몇 년 치르고, 멈춰 선 리그를 다시 굴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브라질에겐 "아무것도 아닌 경기", 인도에겐 "평생 한 번의 축제".
그 축제가 인도 축구의 출발점이 될지, 하룻밤의 불꽃놀이로 끝날지는 이제 인도축구협회가 이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